아래 글은, 에드워드 소프의 '나는 시장을 어떻게 이겼나'에서 발췌하였습니다.
1987년 10월 16일 금요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4퍼센트 하락했다. 일일 평균등락폭인 1퍼센트와 비교하면 다소 크긴 했지만 공황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시장은 하락세에 있었고 변동폭은 더욱 확대되었다.
월요일 아침, 우리는 시장이 계속해서 하락하는 것을 목격했다. 점심을 먹으려 사무실을 나설 때 시장은 7퍼센트 하락하고 있었다. 대공황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던 1929년 10월 28일과 29일의 기록적인 하락폭인 -13%, -12%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었다. 시장의 하락폭이 깊어지면서 사무실에서는 식당으로 전화를 걸어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장은 온통 공황에 빠졌고 다우존스 지수가 400포인트(18%)나 하락해 이미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PNP(에드워드 소프가 운용하던 헤지펀드)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 날 내가 시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 투자는 헤지로 철저히 보호했기때문에 내가 생각한 만큼 안전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둘 중 하나였다.
책상 앞으로 돌아왔을 때 시장은 508포인트(23%) 하락으로 마감한 상태였다. 1일 하락폭으로는 사상 최대였다. 미국 주식 시가총액의 4분의 1이 '날아갔다'. 충격은 전 세계 시장을 휩쓸었다. 공포가 지배했다. 학계 이론가들 대부분에게 이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태양이 순식간에 빛을 잃거나 지구가 회전을 멈춘 것에 버금가는 사건이었다. 이론가들은 로그정규분포라는 난해한 명칭을 동원해가며 확률분포를 이용해 주가를 설명했다. 이것은 과거 주가의 작거나 좀 더 큰 움직임을 설명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커다란 주가변동 가능성을 과소평가했다. 블랙 앤 숄즈의 옵션가격 결정 공식과 같은 금융 모형은 바로 그 로그정규분포를 활용하여 구축한 것이다. 우리(PNP)는 학계의 주가 모형이 가진 한계를 인식하고, 지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과거 주가 데이터, 특히 상대적으로 드문 큰 폭의 주가변동에 대한 설명력이 뛰어난 모형을 찾아냈다. 나는 시장의 폭락에 놀라기는 했지만, 덕분에 대부분 사람들과는 달리 별다른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이 날 하루 동안의 급락을 설명하는 외부 요인은 없었지만, 나는 밤새 생각하고 자문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재앙은 내일도 계속될까? 이 혼돈이 이익을 창출할 기회로 이어질까?" 내가 생각한 급락의 원인은 포트폴리오 보험이라는 새로운 금융상품이었다. 이 상품의 이용이 매우 폭넓게 확대되는 상황에 좀 더 일찍 주의를 기울였다면 재앙은 예측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이 투자기법은 Leland, O'Brien and Rubinstein이라는 계량투자회사가 주로 개발해 판매했다. 방대한 주식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기업연금 및 이익공유 상품을 급락하는 시장에서 보호한다고 가정하자. 우선 기업 자체적으로 혹은 포트폴리오 보험 전문가에게 의뢰해 시장이 하락하면 주식에서 미국 국채로 포트폴리오 자산을 전환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축할 것이다. 전환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시장이 약 2퍼센트 하락할 때마다 주식 포트폴리오 일부를 매도하고 그 대금으로 국채를 매수하는 것이다. 나중에 시장이 상승하면 포트폴리오가 완전히 주식으로 채워질 때까지 이 과정이 역으로 진행된다.
시장이 폭락할 당시 600억 달러가량의 주식이 이 기법에 따라 보험을 든 상태였는데 거래는 대개 컴퓨터에 의해 구현되었다. 금요일에 시장이 4퍼센트 하락했을 때 보험 프로그램은 주식을 매도하고 국채를 매수하라는 주문을 냈고 주문은 월요일에 장이 열리면 곧바로 실행될 것이었다. 월요일에 거래가 시작되자 매도세가 주가를 더욱 끌어내렸고, 이로 인해 포트폴리오 보험 프로그램은 더욱 많은 매도를 발생시켰다. 주가가 계속해서 폭락하면서 공황 상태에 빠진 투자자들의 투매가 가세했다. 이 '피드백 고리'는 하루 종일 지속되어 파괴적인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시장이 폭락할 때 투자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고안된 것이 포트폴리오 보험임을 감안하면, 치료약이 오히려 병을 유발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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