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를 하는 우리들은 재무제표에서 수많은 숫자들을 취해서 나름의 분석을 합니다. 이 때 직관적인 해석을 위해서 비율화하여 분석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에 대해서 반박하는 흥미있는 주장이 있어 옮겨 봅니다.
일률적인 잣대로 모든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재무비율 분석은 가장 대표적인 기업 분석방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저자는 항상 무용론을 주장한다.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 없이 정해진 공식만 대입해서 구한 비율은 해석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15년 한전의 실적을 보면 전년대비 매출액 3%, 영업이익 96%, 당기순이익은 400%가까이 모두 증가했다. 원자재가격이 하락하면서 발전원가가 내려간 것이 주 원인이었다. 그런데 당기순이익이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왜였을까? 삼성동 본사 토지와 건물을 현대자동차 측에 매각한 것이 바로 이유였다. 유형자산처분이익이 (손익계산서상)영업이익의 아래 항목인 기타이익에 포함되어 당기순이익을 큰 폭으로 올린 것이다. 이러한 부동산 매각이익을 통한 엄청난 이익이 다음 해에도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흔히 쓰는 PER는 어떨까? 2014~15년 사이 당기순이익이 다섯배 가까이 오른데 비해 주가상승은 17%정도에 그쳤다. PER는 기존의 10배에서 2배로 낮아졌으니 이제 초저평가주라고 할 수 있을까? 자본시장은 냉정하다. 한전의 순이익이 이후에도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은 낮다. 이렇게 재무제표 숫자 몇 개로 비율분석해서 주가의 저평가 혹은 고평가 여부를 결론 내리지는 말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다.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만이 비로소 제대로 된 기업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XX기업 역시 재무비율만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이다. 최근 3년(2011~2013) 동안 매출액은 181%, 79%, 38%씩, 영업이익은 181%, 124%, 22%씩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높은 성장세로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도 좋아지고 있고 부채비율(부채/자본)은 내려가고 있다. 유동비율은 단기 채무지급능력을 측정하는 재무비율로 금융권에서는 통상 200%이상이 되면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부채비율은 수치가 작을 수록 좋다. 안정성도 좋고, 주주 몫인 자본이 많아야 기업가치 또한 좋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런 환상적인 재무비율을 보여준 XX기업이 돌연 2014년에 부도를 내고 말았다. 다행히 비상장이라 투자자 피해는 없었지만 대출을 해준 은행의 피해는 막심했다. XX기업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모뉴엘'이다. 이 회사는 가공매출을 일으켜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판명되어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그러나 만약 모뉴엘의 재무제표를 풀버전으로 분석해 봤다면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이익 잘 나는 기업이 왜 매출채권을 만기 전에 할인해서 현금화하고, 차입금은 왜 계속 증가하는지, 재고자산은 왜 비정상적으로 계속 늘어나는지, 이익에 비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너무 작은 게 아닌지 등 보면 볼수록 의문투성이다. 몇몇 은행은 이런 이상한 점들을 발견해, 회사가 부도나기 전에 기존 대출금을 모두 상환받아서 위험을 피했다. 그러나 나머지 은행들은 피해를 피할 수 없었다. 국제회계기준으로 변경된 후부터는 재무제표가 더욱 간결하게 작성되어 공시되므로 주석까지 꼼꼼하게 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재무비율 분석보다는 재무제표 전체를 분석하는 능력을 키워, 부지런히 사업보고서를 찾아보는 투자자만이 위험을 피하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박 회계사의 사업보고서 분석법(2017), 박동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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